Mystery novel How Does Your Garden G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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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
(How Does Your Garden Grow?)
Agatha Christie
에르큘 포와로는 편지를 가지런히 한 다음에 맨 위에 놓여 있는 것을 집어들었다.
발신인을 흘끗 보고 나서는 봉투를 뒤집어서 조그만 페이퍼 나이프를 갖다댔다. 이
칼은 이런 때에 쓰려고 아침을 먹는 테이블 위에 언제나 준비해 놓는 것이었다. 내
용물을 꺼내보니 그것 역시 봉투였는데, 자주색 봉랍으로 꼼꼼하게 봉해져 있었고
'친전(親展)'이라고 쓰여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의 타원형 얼굴에서 눈썹이 약간 치켜 올라갔다. 입 속에선, '걱정도
팔자로군.'하며 다시 한 번 페이퍼 나이프로 잘라내니 그제야 편지가 나왔다. 불안
정하고 어색하게 써나간 글씨체였는데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듯 군데군데 밑줄을
쳐 놓았다.
에르큘 포와로는 읽기 시작했다. 여기에도 또 '친전'이라고 쓰여 있었고, 오른쪽
끝에 주소가 적혀 있었다―차먼스 그린, 벅스, 로즈뱅크 저택에서―날짜는 3월 21
일로 되어 있었다.
친애하는 포와로 씨, 갑자기 편지 드리게 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랫동
안 사귀어온 믿음직한 친구가 '요즘 저의' 고민을 옆에서 보다 못해 선생님께 의논
해 보라고 권해 주었답니다. 그렇다고 이 친구 또한 실제로 그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순전한 가정문제여서 '저 혼자'의 가슴에 묻어두고 아무에게
도 말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그 친구의 말로는 선생님께 부탁하면, '신중하신' 분
이니까 경찰에서 개입할 만한 문제로 번질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설령
제가 느끼고 있는 이 일이 사실이라고 해도 경찰의 손에 넘겨지는 것은 '견딜 수
없습니다.' 요즘 불면증인데다가 작년 겨울에 큰 병을 앓았던 탓으로 제가 직접 조
사해 볼 기력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럴 생각이 있다고 해도 저는 '방법'도 모르고
'능력' 또한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찰과 의논할 수도 없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다
시피 이것은 아주 미묘한 집안 문제이므로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절대로' 세상에 알
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진상'만 알게 되면 뒷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
습니다. 아니, 꼭 그렇게 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같은 점을 이해해 주시
는 조건으로 이 사건을 맡으실 수 있다면 오른 쪽의 주소로 연락해 주식 바랍니다.
에밀리아 배로비
포와로는 이 편지를 두 번이나 읽어보고는 눈썹을 다시 약간 치켜올렸다. 그리고
그 편지를 옆에다 내려놓고 쌓여 있는 우편물 중에서 다음 편지를 한 통 집어들었
다.
그는 언제나 10시 정각부터 일을 시작하는 사무실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이미 비
서인 레몬 양이 그날 일에 대한 지시를 받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비서는
나이가 48세인 노처녀인데, 유감스럽게도 미인은 아니었다. 그녀의 전체적인 인상
은 많은 뼈가 제 맘대로 마구 튀어나와 있다고 해야 할 판이었다. 그녀는 질서정연
함에 대해서는 포와로 이상으로 철저했고 생각하는 능력 또한 우수했지만 시키지
않는 한은 적극적으로 생각하려 들지 않았다.
포와로는 그날 아침 배달된 편지 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 마드무아젤, 이것 좀 부탁해요. 모두 적당히 거절하는 답장을 보내주시오."
레몬 양은 갖가지 내용의 편지를 재빨리 훑어보며 그 하나하나에 상형문자 비슷
한 표시를 해나갔다. 그녀만이 읽을 수 있는 암호의 일종으로 그 뜻은, '애교있게
사절한다', '단호하게 거절한다', '칭찬을 섞어가며', '쌀쌀맞아도 무방하다' 등등이다.
그것을 끝낸 그녀는 다음 지시사항을 기다리는 듯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포와로는 에밀리아 배로비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녀는 이중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어 다 읽고 나서는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할까요, 포와로 씨?"
그렇게 말하면서 연필을 집어들고는 속기용지 위에다 받아쓸 준비를 했다.
"레몬양, 이 편지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맛살을 조금 찌푸린 레몬 양은 연필을 놓고 편지를 다시 한 번 읽기 시작했다.
레몬 양에겐 편지의 내용 같은 것은 적당한 답장을 써주는 데 필요한 점을 제외
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고용주는 그녀에
게 사무적인 능력 이상의 인간적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의견을 물어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레몬 양은 다소 귀찮아했다. 그녀는 완전한 기계여서 남의 일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 철저함이란 칭찬을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인생에 있어
서의 그녀의 진정한 보람은 완벽한 서류분류방식을 고안해 내는 데에 있었다. 밤시
간은 침대 속에서도 그 시스템을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레몬 양은 순수한 인간적인
일에 있어서도 좋은 의논상대가 될 수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는 그것을 잘 알고 있
었다.
"어떻겠소?" 포와로는 재촉했다.
"이 노부인은―" 레몬양이 대답했다.
"대단히 떨고 있군요. 강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듯하군! 그녀의 마음속에 태풍이 일어났다는 뜻이오?"
이미 오랫동안 영국에서 살고 있는 포와로가 이 정도의 속어를 이해하지 못할 리
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레몬 양은 대답도 없이 이중봉투를 흘끗 보고는 말했다.
"비밀, 비밀이라고만 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군요."
"맞소."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나도 그런 걸 생각했소."
레몬 양의 손이 다시 한 번 속기용지 위에서 받아쓸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에르
큘 포와로도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써줘요. 찾아오기 싫다면 이쪽에서 찾아가겠다. 적당한 날짜와 시간을 정
해 달라. 타이프로는 안되오. 펜으로 써서 보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포와로 씨."
포와로는 다시 몇 통의 문서를 보여주면서, "이건 청구서요." 하고 말했다.
레몬 양의 유능한 손이 재빨리 그것들을 분류했다.
"이 두 장 말고는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흠! 그 두 장은 왜?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두 상점하고는 최근에 거래를 시작했거든요. 너무 빨리 지불하면 오히려 의심
을 받아요. 나중에 가서 외상거래를 하기 위해 무리해 가며 지불하는 것처럼 느
껴지거든요."
"그렇군!" 포와로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영국 상인에 대한 당신의 깊은 조예에는 그저 경의를 표할 뿐이오."
레몬 양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에 대해서라면 저는 모르는 것이 없답니다."
애밀리아 배로비 양에게 답장을 적절하게 써서 보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이 끝
나버렸다. 에르큘 포와로는 생각했다. 배로비 양은 아마 스스로 그 수수께끼를 풀
었겠지. 그러나 그렇다면 '이미 수고를 끼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고 정중한 사절
의 편지를 보내올 만도 한데라고 포와로는 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서 레몬 양은 아침 지시를 받고 나서 말했다.
"지난번 편지를 보낸 배로비 양 말인데요―답장이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분 돌아가셨더군요."
"흠―돌아가셨다고?"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답같이 들렸다. 레몬양은 핸드백을 열고 신문
에서 오려낸 것을 꺼냈다.
"지하철 안에서 봤기 때문에 찢어왔어요."
언제나 빈틈이 없는 여자라고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찢어왔다'고 말은 했지만 그
기사는 가위로 깨끗이 오려져 있었다. 모닝 포스트 지(紙)의 '출생, 사망, 결혼'의
광고란 1단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3월 26일, 차먼스 그린, 로즈뱅크 저택의 애밀리아 제인 배로비, 졸지에 73년의
일생을 마쳤습니다. 고인의 희망에 따라서 조화(弔花)는 사절하는 바입니다.'
포와로는 다 읽고 나서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졸지에라―" 그리고 갑자기 시원시원한 어조로, "아, 레몬 양. 지금 곧 편지를 써
주겠소?"
연필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의 관심은 여느 때처럼 서류 분류법에서 떠나지 않
았지만 레몬 양의 손은 신속정확히 속기장 위를 달리고 있었다.
친애하는 배로비 양,
아직도 답장을 받지 못했습니다만, 이번 금요일에 차먼스 그린 부근에 볼 일이 있
어서 그날 찾아 뵙고 편지로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 다시 자세하게 의논을 드리고
자 합니다.
에르큘 포와로
"이것을 타이핑해 줘요. 즉시 우체통에 넣으면 오늘 밤 차먼스 그린에 도착하게
될 테지."
다음날 오전에 검은 테를 두른 편지가 도착했다.
친애하는 포와로 씨
보내주신 편지에 대한 회신입니다. 이모님이신 배로비 양은 지난 26일 세상을 떠
나셨으므로 말씀하시는 건은 이미 아무 소용이 없게 된 듯합니다.
메어리 델라폰테인
포와로는 혼자 미소지었다.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고…… 흠―없게 되었는지 있게 되었는지 그걸 알고 싶
군. 우선 부딪쳐 봐야지―차먼스 그린으로!"
안녕하셨어요?^^ 추리를 좋아하는 너구립니당^^*
방학도 되고.. 다시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사실은 심심해서T_T)
이번에 올리는 것들은 역시나 단편들이구요..(지난번 예고살인은 정말 제가 어떻게
연재했는지 의문입니다^^;;;)
해문출판사의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 중 『리가타 미스터리』에 들어있는 10개의
단편들을 제 마음대로~(엿장사 맘이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는..... (이대로 올리는건 아니구요^^)
① 리가타 미스터리 (The Regatta Mystery)
②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How Does Your Garden Grow)
③ 폴렌사 만의 사건 (Problem at Pollensa Bay)
④ 노란 붓꽃 (Yellow Iris)
⑤ 마플 양, 이야기를 하다 (Miss Marple Tells a Story)
⑥ 어두운 거울 속에 (In a Glass Darkly)
⑦ 해상의 비극 (Problem at Sea)
⑧ 클래펌 요리사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Clapham Cook)
⑨ 날개가 부르는 소리 (The Call of Wings)
⑩ 마지막 심령술 모임 (The Last S ance)
행복한 99년을 만들어보세요! ^^ Fighting~~~~!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469번
제 목:[애-크단편]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2
올린이:붉은너굴(박소연 ) 99/01/18 21:36 읽음:13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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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
(How Does Your Garden Grow?)
Agatha Christie 著
로즈뱅크 저택―그녀와 같은 계층의 비슷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즐
겨 붙이는 이름이지만, 이 건물에는 그 이름에 어울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에르큘 포아로는 현관문으로 이어지는 샛길을 걸으면서 가끔 걸음을 멈추고 양쪽
에 곱게 단장된 화단을 감탄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가을이라도 되면 장미가 화
사하게 피어 어우러질 것이고, 지금도 수선화와 일찍 피는 튤립, 그리고 파란 히아
신스 같은 종류가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맨 끝의 화단은 한쪽에 조개껍
질로 줄을 지어 테를 돌려놓았다.
포와로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들이 노래하는 영국 동요에 분명히 이런 것이 있었지.
마음이 비뚤어진 아가씨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새조개, 때죽나무,
베실꾸리 같은 것으로 테를 둘러서
한 연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적어도 귀여운 아가씨가 한 명쯤은 나타나서 노래 가사가 현실로 나타날
듯도 한데."
과연 현관문이 열리고 모자를 쓰고 에이프런을 두른 깔끔한 젊은 하녀가 얼굴을
내밀고는, 앞뜰에서 답답하게 콧수염을 기른 외국인 신사가 큰소리로 혼자 중얼거
리고 있는 것을 이상한 듯이 바라보았다. 푸르고 동그란 눈과 장미빛 뺨을 가진 무
척 귀여운 하녀였다.
포와로는 모자를 들어올리고 정중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만, 애밀리아 배로비 양이 여기에 살고 계십니까?"
예쁘장한 하녀는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떴다.
"모르고 계신가요? 애밀리아 양은 돌아가셨습니다. 갑자기요. 화요일 밤에―"
하녀는 우물거렸다. 두 가지의 본능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나
는 외국인에 대한 불신감, 또 하나는 그녀와 같은 계층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
고 있는 감정―다른 사람의 병이나 죽음 같은 것을 들려주는 데서 오는 야릇한 즐
거움이었다.
"너무나 놀라운 일인데요."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오늘 찾아뵙기로 약속했었는데. 그럼, 여기 사시는 또 다른 부인을 뵙게 해주시
지요."
젊은 하녀는 좀 미심쩍어하면서 말했다.
"마님 말씀인가요? 말씀은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만나주실지 모르겠군요."
"만나보겠다고 하실 겁니다"
포와로는 그렇게 말하고 명함을 꺼내주었다.
포와로의 위엄있는 어조는 효과가 있었다. 장미빛 뺨을 한 하녀는 쩔쩔매며 포와
로를 홀 오른쪽에 있는 응접실로 안내하고는 명함을 들고 여주인을 부르러 갔다.
에르큘 포와로는 실내를 둘러보았다. 진황색 벽지, 천장 가까이 둘러친 프리즈, 어
렴풋한 색채의 크레톤 사라사 벽걸이, 장미빛 쿠션과 커튼, 거기에 꽤 많은 도자기
장식품―영국 가정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응접실이며, 특히 눈을
끌 만한 분명한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극히 민감한 포와로는 자기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 갑자기 뒤돌아보았다.
아가씨가 혼자 프랑스풍의 문앞에 서 있었다―몸집이 작고 얼굴색이 좋지 않았으
며, 새까만 머리칼에 의심많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포와로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아가씨가
별안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오셨지요?"
포와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썹을 조금 치켜올렸을 뿐이었다.
"변호사는 아니시죠―그렇죠?"
유창한 영어이긴 했지만 그녀를 영국인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변호사가 아니면 안될 이유라도 있소, 아가씨?"
그 아가씨는 불쾌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이러다가 언젠가는 누군가가 찾아와서,
'그분은 자신이 한 일의 참뜻을 알지 못했다.' 이런 말을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
각을 하고 있었어요.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까요. 부당한 강제―
분명히 그런 말이었지요?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그분은 제게 돈을 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받았고……그럴 필요가 있다면 저도 변호사를 대
겠어요. 돈은 제 것이에요. 그분이 그렇게 쓰셨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여자는 턱을 내밀고 눈을 번득였는데 그 모습은 무척 심술궂게 보였다.
문이 열리고 키가 큰 여인이 들어와서, "카트리나!" 하고 불렀다.
아가씨는 몸을 으쓱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프랑스식 문으로
나갔다.
단 한마디로 이 사태를 깨끗이 처리해 버리는 키큰 여인에게 포와로는 얼굴을 돌
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권위와 모멸과,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이 지니고 있
는 빈정거림이 엿보였다. 포와로는 대번에 이 여자가 이 집의 소유자인 메어리 델
라폰테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포와로 씨인가요? 제가 편지를 보냈는데 받아보시지 않았나요?"
"그러셨군요. 마침 제가 런던을 떠나 있었거든요."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설명이 되는군요. 제 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델라폰테인
입니다. 이쪽은 남편이고요. 배로비 양은 저의 이모님이 됩니다."
델라폰테인 씨는 너무 조용히 들어왔기 때문에 포와로는 들어온 줄도 몰랐었다. 백
발이 섞인 키가 큰 사람이었는데, 태도는 지극히 분명치 않았다. 노상 신경질적으
로 턱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버릇이 있었다. 가끔 아내를 쳐다보는 것은, 어떤 종류
의 이야기든지 아내가 나서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한 일을 당하셔서 상심하고 계신 중에 폐를 끼치게 된 것을 용서하시기 바
랍니다."하고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당신 탓이 아닌 것은 알고 있습니다."
델라폰테인 부인이 말했다.
"저의 이모님은 화요일 저녁에 돌아가셨습니다. 그건 정말로 뜻밖의 일이었습니
다."
"예, 정말 뜻밖의 일이었지요."
델라폰테인 씨도 거들었다.
"우리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고."
그의 시선은 외국 아가씨가 나간 프랑스식의 문쪽을 향하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문 쪽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잠깐!"
델라폰테인 씨가 말했다.
"당신은―그―애밀리아 이모님과 약속이 있었다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용건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그의 아내가 말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것은 개인적인 성질을 것이어서―"
포와로는 그렇게 말한 뒤에 날카로운 어조로 덧붙였다.
"사실 저는 사립탐정입니다."
델라폰테인 씨는 만지고 있던 조그만 도자기 인형을 떨어뜨릴 뻔했다. 부인은 당
황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오, 탐정이라고요? 그런 당신이 이모님과 약속이 있었다고요? 상상이 안되는군
요!"
그녀는 포와로를 바라보았다.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포와로 씨? 그건―너무도 뜻밖의 일이
군요."
포와로는 잠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신중하게 말했다.
"부인, 저로서도 어찌해야 좋을지 선뜻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라서요."
"이봐요, 당신―" 하고 델라폰테인 씨가 입을 열었다.
"이모님이 러시아 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소?"
"러시아 인?"
"그래요, 그래―볼셰비키이지. 공산당원, 빨갱이―그런 것들 말이오."
"헨리!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아요!" 부인이 말했다.
"미안―미안―이야기가 너무 뜻밖이라서."
델라폰테인 씨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메어리 델라폰테인은 포와로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 새파란 눈은 물망초색을
띠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포와로 씨. 저에게는 물을 만한 이
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델라폰테인 씨는 경계하는 눈치였다.
"쓸데없는 말은 안하는 것이 좋아―특별히 무슨 까닭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데."
부인은 또 강한 시선으로 남편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말했다.
"어떻습니까, 포와로 씨?"
에르큘 포와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유감스럽다는 느낌이 담겨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인, 지금으로서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는 인사를 하고 모자를 집어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메어리 델라폰테인도
홀까지 따라나왔다. 현관 앞까지 와서 포와로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부인께서는 원예를 즐기는 것 같군요."
"제가요? 아, 예, 정원을 손질하는 데 꽤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건 좋은 일이지요."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그는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을 지나
서 오른쪽을 흘끗 보았다. 그는 거기서 두 가지,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을 보았다―2
층 창문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병색을 띤 얼굴과 거리의 반대쪽을 군인 같은
자세와 태도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 사나이였다.
에르큘 포와로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결정적이군. 이 구멍에는 분명 쥐가 있어! 그렇다면 고양이는 이 시점에서 어떻
게 해야 하지?"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470번
제 목:[애-크단편]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3
올린이:붉은너굴(박소연 ) 99/01/18 21:37 읽음:129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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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
(How Does Your Garden Grow?)
Agatha Christie 著
그는 우선 가까운 우체국에 가보기로 했다. 거기서 전화를 두세 군데 걸어보고는
만족할 만한 좋은 성과를 얻은 듯 했다. 이어서 그 길로 차먼스 그린 경찰서로 가
서 심스 경감을 만나보기로 했다.
꽤나 뚱뚱한 심스 경감은 그를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포와로 씨지요? 예, 그렇게 보이는군요. 방금 군 경찰서장으로부터 전화로 당신
이 오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 방으로 가시지요."
문을 닫고 경감은 손으로 포와로에게 의자를 권하고는 자신도 의자에 앉아서 이
방문객을 날카롭게 살피고 있었다.
"상당히 빨리 현장에 출동하셨군요. 포와로 씨. 우리가 낌새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로즈뱅크 사건의 조사에 나서다니 정말 두손 들었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짐작
을 하셨습니까?"
포와로는 받은 편지를 꺼내어 경감에게 건네주었다. 경감은 그것을 상당히 흥미있
게 읽어나갔다.
"이거 재미있군요."
그가 말했다.
"다만 곤란한 것은 이건 여러 가지 뜻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겁니다. 좀더 분
명하게 썼더라면 수고를 훨씬 덜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군요."
"하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뜻이지요?"
"그녀는 죽지 않아도 되었을는지도 모르지요."
"거기까지 생각하셨습니까?―그렇군요. 그랬을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경감님, 부탁입니다만, 사건의 경위를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서요."
"좋습니다. 어렵지 않죠. 이 노부인은 화요일 저녁식사 뒤에 갑자기 용태가 나빠
졌습니다. 아주 위급한 상태였지요. 경련―발작―그 밖의 여러 가지 증상으로 괴
로워해서 바로 의사를 불렀습니다만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발
작에 의한 사망이라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의사의 눈에는 좀 이상하게 보였는지
망설이는 기색을 나타내더니 무조건 사망증명서를 발급할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 저택의 가족들은 현재 그런 상태로 시체해부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입니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보다는 조금 앞서 있습니다. 의사가 바로 귀띰을
해주어서―그 의사와 경찰의가 함께 시체해부를 했거든요―그리고 그 결과는 아
주 명백한 것이었습니다. 배로비 양의 사망은 다량의 스트리크닌이 원인이었습니
다."
"흠!"
"정말 끔찍한 짓이죠. 문제는 누가 스트리크닌을 먹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망
직전에 복용한 것은 분명하고, 처음에는 저녁 식탁의 요리에 넣었을 것이라고 보
았었습니다만―이것은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뚜껑이 딸린 수프 그릇에서 아티초크가 들어 있는 수프를 들었고, 생선 파이와
애플 파이를 먹었을 뿐입니다."
"그 사람들이라면?"
"배로비 양, 델라폰테인 씨, 그리고 그의 부인, 이렇게 세 사람이지요. 배로비 양
에게는 전속 간호원 역할을 하고 있는 러시아계 혼혈 처녀가 있었지만, 그 처녀
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가족이 식당에서 나가고 난 다음에
남은 음식을 먹는답니다. 하녀도 하나 있습니다만, 그날 밤에는 외출허락을 받아
서 식사준비를 끝내고는 수프는 스토브 위에, 생선파이는 오븐에 넣고, 애플 파
이는 식은 채 그냥 두고 외출했다고 하더군요. 요는 세 사람이 모두 같은 음식을
먹었고―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런 방법으로 스트리크닌을 먹일 수는 없을
거란 말입니다. 그 독약은 담즙처럼 혀를 찌를 만큼 쓰니까요. 의사 말로는 천분
의 일로 희석해도 혀가 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구먼요."
"커피는?"
"커피라면 조금은 더 가능성이 있겠지요. 하지만 배로비 양은 커피를 마신 적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더할 수 없이 어려운 사건이로군요. 식사때 그녀는 뭘 마셨나
요?"
"물입니다."
"점점 더 어렵군."
"정말 골치 아픈 사건입니다."
"그런데 배로비 양 말입니다, 재산은 좀 있었나요?"
"안락한 생활을 해온 듯합니다. 그렇다고 정확한 숫자를 알아낸 것은 아닙니다만.
한편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델라폰테인 집안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옹색한 형
편인 것 같았습니다. 그 저택을 유지하는 데에도 배로비 양의 상당한 도움이 있
었던 거죠."
포와로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델라폰테인 씨 부부를 의심하고 있군요? 그래, 둘 중 어느쪽이
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느쪽을 특별히 의심하고 있달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들에게 뭔가가 있다고 생
각합니다. 그 두 사람이 유일한 친척이니까요. 배로비 양이 죽고 나면 상당한 재
산이 굴러들어올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본성이 움직이기 시작하
니까요."
"그러니까 때로는 그것이 비인간적으로도 움직인다는 뜻이군요―아니, 정말 말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배로비 양은 다른 것을 먹거나 마시지는 않았습니까?"
"그것이 사실은―"
"바로 그겁니다! 나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확실한 단서를 쥐고 있군요. 지금
은 아무 말도 안하지만―수프, 생선 파이, 애플 파이―바보 같은 짓이지! 당신은
이미 사건의 핵심에 다가서 있군요."
"핵심에 이르렀다고 할 순 없습니다만 사실은 배로비 양은 식사 전에 오블라토(전
분으로 만든 얇은 원형 박편(薄片)으로, 써서 먹기 어려운 산약(散藥) 등을 싸서
먹는 데 쓰임)에 싼 것을 먹었습니다. 캡슐도 아니고 알약도 아닌―가루약을 오
블라토에 싸서 말입니다. 소화를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만."
"좋은 정보를 주셨습니다. 오블라토에 싼다면 스트리크닌으로 바꿔치기하는 것도
문제 없으니까요. 물과 함께 마셔버리면 맛도 느끼지 못하고 목구멍을 넘어갈 것
이고 말입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을 준 것이 그 처녀라는 점입니다."
"러시아 아가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카트리나 리거라고 하죠. 그 아가씨는 잔심부름도 하고 또 배로비
양 전속 간호원이기도 해서 배로비 양에게서 꽤 여러 가지 귀찮은 지시를 받았
던 것 같습니다. 저걸 갖고 오너라, 그걸 치워라. 이번에는 이쪽을 치워라. 자아,
등을 문질러라, 자아, 약을 만들어라, 약국에 다녀와라―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 노부인을 전적으로 돌보고 있으면 얼마나 일이 많은지는 당신도 아실 겁니
다. 노부인 쪽에서는 상냥하게 부리고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 그녀들이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흑인 노예 같은 것이니까요."
포와로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심스 경감은 말을 계속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그런 이유로 해서 상상하시는 이상으로 그 아가씨는 배
로비 양을 싫어했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로비 양에게 왜 독약을
먹였겠습니까? 배로비 양이 죽고 나면 그 아가씨는 실업자가 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새로 직업을 구한다는 것은 좀체로 쉽지 않지요―우선 그 아가씨는 간호
원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하고 포와로가 말했다.
"오블라토가 들어 있는 통이 제대로 건사되지 않았다면 그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
면 누구에게나 그럴 기회가 있었던 것이 되는군요."
"그 점이라면, 포와로 씨, 우리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신이니까 말씀드립니다
만, 우리도 이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물론 극비리에 말입니다―마지막으로 쓰
인 처방전은 언제 작성된 것인가, 평소 어디에 넣어두는가? 인내와 노력을 필요
로 하는 일입니다만―최후의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이것이 최상의 길이지
요. 거기에 배로비 양의 고문 변호사 문제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내일 만나보기
로 했지요. 다음에는 은행지점장―아니, 할 일은 많습니다."
포와로는 일어섰다.
"그런데, 심스 경감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일의 진행상태를 간단히라도
알려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이것이 내 전화번호입니다."
"알겠습니다, 포와로 씨. 한 사람 머리보다는 두 사람 머리가 낫다고 하니까요. 당
신도 이런 편지를 받았으니 사건수사에 뛰어들 의무가 있다고 해야겠군요."
"끝까지 친절히 대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경감님."
포와로는 정중하게 악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471번
제 목:[애-크단편]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4
올린이:붉은너굴(박소연 ) 99/01/18 23:16 읽음:1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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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
(How Does Your Garden Grow?)
Agatha Christie 著
다음날 오후 포와로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포와로 씨지요? 심스 경감입니다. 그 사건 말인데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
니다. 앞으로 재미있게 됐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말씀해 보시지요."
"먼저 말씀드릴 것은―이것이 꽤 중대한 문제인데 B양의 유산은 조카에게는 조금
만 남겨주었을 뿐이고, 나머지 전액은 K에게 돌아갑니다. 유언장에 K의 헌신적
인 보살핌을 생각해서―라는 식으로 쓰여 있다는 겁니다. 이제 모든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와로의 눈앞에 어떤 모습이 떠올랐다. 우울해 보이는 얼굴, 열변을 토하는 듯하
던 처녀. "돈은 제 것이에요. 그분이 그렇게 쓰셨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유언장이 발표되어도 카트리나는 놀라지 않겠지―이미 알고 있으니까.
"두 번째는―"하고 심스 경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K말고는 아무도 오블라토에 손을 댄 사람이 없었답니다."
"분명합니까?"
"그 점은 그 아가씨 자신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단히 재미있군요."
"우리에게는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스트리크닌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그녀의 손에 들어갔는지,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
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직 증거를 잡은 것은 아니잖습니까?"
"곧 잡게 될 겁니다. 검시심문이 오늘 아침에 있었지요."
"어땠습니까?"
"1주일 연기되었습니다."
"그래, 그 젊은 여자―K는?"
"일단 용의자로서 유치해 두었습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지요. 다시 말
하자면 혹시 공범자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가 그녀를 빼돌릴는지도 모르기 때문
이지요."
"아니―" 포와로가 말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아가씨에게는 친구가 없어요."
"그럴까요? 하지만, 포와로 씨, 거기에 무슨 증거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렇게 생각되었을 뿐이오. 그래, 다른 것은?"
"중요한 의미가 될 만한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다만 요즘 B양은 주식에 손을 댄
듯한 흔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많이 손해를 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것 또한 흥
미있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사건의 줄거리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확실하게
는 모르겠습니다―아마도 현재로서는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만."
"그렇겠군. 당신 생각이 틀림없겠지요. 일부러 전화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를 받게 되면 이쪽에서 오히려 미안해집니다.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
만 알아주시기 바랍니다―게다가 당신이 흥미를 느낄 것 같아서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그때는 잘 봐주십시오."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나도 으쓱해지는군요. 가령 내 손으로 카트리나의 공범자
라도 잡게 된다면 도움이 되겠군요."
심스 경감은 놀라서 말했다.
"분명히 당신은 카트리나에게는 친구 같은 것은 없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내 실수였습니다."
에르큘 포와로가 말했다.
"그녀에게는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경감은 다시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포와로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그는 찌푸린 얼굴로 레몬 양이 타이프라이터를 치고 있는 옆방으로 들
어갔다. 그녀는 고용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키에서 두 손을 떼고 무슨 일이냐
는 듯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아, 레몬 양. 부탁이 있소." 포와로가 말했다.
"당신이 주인공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이 이야기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소."
레몬 양은 단념한 듯한 표정으로 두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로서는 타이
프를 치고 청구서를 지불해 주고 서류를 정리하고 만날 사람과의 약속을 메모해
두는 일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그녀 자신이 공상적인 위치에 앉아서 상상력을 동원
한다는 것은 더없이 우울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근무에 속하는 의무의 일부라
고 생각했는지 마지못한 듯 승낙했다.
"당신은 러시아 처녀요." 포와로는 시작했다.
"예."
레몬 양은 되도록 영국인답게 보이면서 대답했다.
"당신은 이 나라에서 친구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소. 그런데도 러시아에는 돌
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여러 가지 갖고 있지. 현재 어떤 노부인의 시중꾼이고
간호원이며 말동무이기도 한 그런 일에 종사하고 있소.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은
힘든 역할이지만 원만히 잘 해나가고 있고,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있소."
"예."하고 레몬 양도 순순히 대답은 했지만, 그녀 자신은 어떤 노부인이 되든 그런
사람의 상대가 되면 도저히 순순히 복종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노부인이 당신에게 마음 깊이 호감을 갖게 되어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주려고
마음먹었소. 그래서 그 말을 당신에게 해주었소."
포와로가 거기서 말을 잠깐 멈추자 레몬 양은 다시 한 번, "예."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거기서 노부인은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소. 아마 돈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되는데―당신이 반드시 노부인에게 충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는지도 모르
는―맛이 이상한 약을 먹였다든가 몸에 해로운, 즉 독이 되는 식사를 주었다거나
한 거요. 어찌 되었든지 노부인은 어떤 이유로 해서 당신에게 의혹을 품기 시작
했소. 그리고 마침내 명망 있는 사립탐정―요컨대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립
탐정―그것은 나를 말하는 것이지만, 그에게 편지를 보냈소. 그 얼마 뒤에 내가
그 노부인을 방문하기로 했지 그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결과가 되어 그녀의 중
대한 행동을 재촉하게 되었소. 명탐정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노부인은 죽은 뒤
였고, 재산은 당신 손에 들어가 있소……어떻소, 이상과 같은 경위는? 합리적인
줄거리라고 생각되오?"
"예, 아주 합리적이군요." 레몬 양이 말했다.
"러시아 인으로서는 대단히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하긴 저 개인으로서는 처음부터
그런 일자리는 사양하겠지만요. 제가 바라는 일자리는 일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
는 곳이어야만 하거든요. 그리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물론 꿈에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포와로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헤이스팅스가 없어서 안되겠군. 그 친구라면 이런 경우엔 그 풍부한 상상력
을 동원할 수가 있는데. 워낙 로맨틱한 사람이니까! 실제로는 그 상상이 대개의
경우에는 적중이 안되고 빗나가지만―그렇기는 해도 참고는 될 수 있는데."
레몬 양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헤이스팅스 대위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들어왔지만
특별히 흥미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녀는 얼른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눈앞에
있는 타이프 용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보기에는 합리적이라는 말이구먼?" 포와로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되지 않나요?"
"애석하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된단 말이야." 포와로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전화벨이 울리자 레몬 양이 전화를 받기 위해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돌아오더니,
"또 심스 경감님의 전화입니다."라고 말했다.
포와로는 얼른 전화 앞으로 달려갔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습니까?"
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리크닌을 싸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아가씨의 침실에서 말입니다―매트
리스 밑에 숨겨놓았더랍니다. 부하가 그 뉴스를 갖고 방금 돌아왔습니다. 이것으
로 사건은 거의 해결이 된 것 같군요."
"그렇구먼." 포와로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그의 목소리와는 달리 확신을 갖고 있는 듯이 들렸다.
그는 전화를 끊고 책상 앞에 앉아서 거기 있는 물건들을 기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뭔가가 잘못되었어. 분명히 그런 느낌이야―아니, 느낌 같은 것이 아니야. 이 눈
으로 그것을 본 것이 확실해. 회색 뇌세포, 정신차려!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봐!
모든 것이 논리적이고 질서정연하단 말인가? 그 아가씨―재산에 대한 걱정. 델라
폰테인 부인. 그녀의 남편―그 남편이 러시아 인에 대한 말을 했고―바보 같은
민족이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똑똑한 편은 아니었어. 거기에 그 방, 정원―앗,
거기다! 정원!"
그는 긴장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의 눈은 녹색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펄쩍
뛰듯이 옆방으로 달려갔다.
"레몬 양, 그 일은 그대로 두고 조사를 좀 해줘요."
"조사라고요, 포와로 씨? 저는 그 방면에는 별로 익숙지가 못한데요―"
포와로가 말을 가로막았다.
"언젠가 당신은 상인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알고 있다고 했었지?"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죠."
레몬 양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해. 차먼스 그린으로 출장을 가서 생선가게를 찾아봐요."
"생선가게요?"
레몬 양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맞아요, 로즈뱅크 저택에 생선을 대주고 있는 생선장수를 찾아요. 찾거든 여기
적힌 대로 질문하도록 해요."
그렇게 말한 그는 종이 한 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레몬 양은 그것을 받아들고
멍하니 보고 있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이프라이터의 뚜껑을 닫
았다.
"나도 갑니다. 차먼스 그린까지 함께 갑시다." 포와로는 이어서, "당신은 생선가게
로, 나는 경찰서로 가는 거요. 베이커 가(街)에서라면 30분도 채 안 걸리는 곳이
오."
목적지에 도착하니 뜻밖이라는 얼굴로 심스 경감이 맞아주었다.
"이거 정말 빠르군요, 포와로 씨. 전화로 통화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채 안됐는데."
"부탁이 있어요. 카트리나―분명히 그런 이름이었지. 그 아가씨를 만나보고 싶은
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카트리나 리거라고 합니다 만나보도록 하십시오. 별 상관없습니다."
카트리나라는 아가씨는 얼마 전에 만났을 때보다 얼굴빛이 더 좋지 않았고, 더욱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포와로는 되도록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내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길 바래요. 그리고 사실 그대로를 말해
주었으면 좋겠소."
그녀의 눈은 반항적으로 번득였다.
"전 사실만을 말했어요. 누구에게나 사실대로 말하고 있다고요! 그분이 독살되었
다고 해도 독을 넣은 것은 제가 아니에요. 모두 잘못된 거예요. 당신들은 제가
재산을 차지하게 내버려두지 않으려는 거란 말예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것이 마치 궁지에 몰린 쥐 같다고 느껴졌다.
"아가씨." 포와로가 말했다.
"싸두었던 스크리크닌에 대해서 말해 줘요. 그것을 맡아 갖고 있었던 사람은 당신
뿐이었소?"
"지난번에도 분명히 말했잖아요. 그건 그날 오후 약국에서 지어온 거라고요. 핸드
백에 넣어서 돌아와서는―그게 마침 저녁식사하기 바로 전이었어요. 상자를 열고
그 약봉투 하나를 물 한 컵과 함께 배로비 양에게 드렸습니다."
"당신 말고는 아무도 손댄 사람이 없군요."
"예, 없어요."
궁지에 몰려 있는 쥐는―용기를 짜내어 말했다.
"그리고 배로비 양은 저녁식사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들 말고는 먹은 것이 없
다고 했지요? 수프, 생선 파이, 사과 파이뿐이지요?"
"예." 정말 절망적인 '예'였다. 어두운 그 눈, 어느 구석에서도 빛을 찾아볼 수 없
는 눈이었다.
포와로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말했다.
"힘내요, 아가씨. 머지않아 자유의 몸이 될 거요―그리고 재산도―안락한 생활도."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면회실을 나서자 심스 경감이 말을 걸어 왔다.
"당신의 전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나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그 아가씨에게 친
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녀에게도 친구가 꼭 한 사람 있어요. 바로 납니다!"
에르큘 포와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리둥절해 있는 경감을 남겨두고 경찰서를 빠
져나왔다.
『추리문학동호회-일반연재 (go CHURI)』 1472번
제 목:[애-크단편]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5 end~
올린이:붉은너굴(박소연 ) 99/01/18 23:17 읽음:14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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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
(How Does Your Garden Grow?)
Agatha Christie 著
그린 캣 다방에서 만나기로 한 레몬 양은 잠시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보고는 곧바로 요점으로 들어갔다.
"주인 이름은 러지라고 하는데 큰길가에 가게가 있더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던
그대로 분명히 한 다스 반 팔았다고 했어요. 여기 그 남자기 한 말을 그대로 적
어왔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포와로에게 건네주었다.
"이거다. 이거야!"
만족해 하는 소리가 마치 고양이가 골골거리는 소리와 비슷했다.
에르큘 포와로는 로즈뱅크 저택으로 갔다.
앞뜰에 들어서니 이미 해는 저녁노을을 드리우고 있었다.
메어리 델라폰테인이 집에서 나와, "어머, 포와로 씨!"하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또 오셨군요?"
"예, 또 왔습니다."
포와로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부인, 처음 제가 찾아뵜을 때 들은 동요가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비뚤어진 아가씨
당신은 정원을 어떻게 가꾸시나요?
새조개, 때죽나무,
베실꾸리 같은 것으로 테를 둘러서
그러나 부인, 그것은 새조개가 아니고 굴껍질이었군요."
그는 손가락으로 굴껍질을 가리켰다.
당황한 그녀의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잠시 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눈으로 묻고 있었다.
포와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나는 알고 있지요. 하녀는 식사준비를 마치고 외출했습니다―하녀나
카트리나는 당신들이 먹은 것은 그들이 말한 그것뿐이라고 증언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상냥한 이모님을 위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굴을 한 다스 반이나 사가지고
돌아온 것은 당신과 남편 말고는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굴 속에 스트리크닌을
넣는 건 쉬운 일이지요. 굴은 단숨에 삼키는 것이니까.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껍질은 남게 마련이지요.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었겠고. 하녀의 눈에 띄면
안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것을 화단의 장식처럼 테를 두르는 데 쓰기
로 한 거지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테두리는 미
완성인 채 끝나버린 거지요. 결과는 실패였습니다―애써 좌우균형이 잡혀 있었던
멋진 정원이 그것 하나로 망가지고 말았으니까 말입니다. 이 몇 개의 굴껍질이
한 외국인의 주의를 끌었던 겁니다―처음 찾아왔을 때 이것이 내 눈에 거슬렸거
든요."
메어리 델라폰테인이 말했다.
"그 편지로 추측하게 된 거로군요. 저도 이모님이 편지를 보내신 것은 알고 있었
어요―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고 있었죠."
포와로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나는 이것이 가족간의 문제인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카트리나에 관한 것
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나
당신 남편은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서 배로비 양의 주식에 손을 댔습니다. 그것을
그녀가 눈치챘기 때문에―"
메어리 델라폰테인은 고개를 끄덕이면,
"우리는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조금씩이었지만. 이모님이 알아차렸을 줄은
전혀 몰랐죠. 나중에야 이모님이 사립탐정에게 편지를 보낸 것을 알았습니다. 뿐
만 아니라 재산을 카트리나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만든 것도―그 쥐새끼 같
은 계집아이에게……"
"그래서 스트리크닌을 카트리나의 침실에 가져다 놓았군요? 알겠습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군요. 당신은 자신과 남편의 죄가 내게 발견될까 봐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부인, 당신은 그 처녀가 가엾지도
않았나요?"
메어리 델라폰테인은 어깨를 으쓱했다―그 푸른 눈은 물망초색을 띤 채 포와로의
눈을 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 이 저택을 찾아오던 날 그녀의 연기가 참으로 완벽했
던 일, 남편이 일부러 실수를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수준 이상의 여자―그러
나 비인간적인 여자였다.
그녀가 말했다.
"가엾다고요? 그 뱃속 검고 파렴치한 생쥐가?"
그녀는 분명히 분노에 떨고 있었다.
에르큘 포와로는 조용히 대답했다.
"부인,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오직 두 가지밖에는 사랑한 적
이 없습니다. 하나는 당신 남편이고―"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또 하나는―당신의 정원."
포와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화단의 꽃을 바라보며 그는 자기가 한 일, 지금부터
하려는 일을 원망하지 말아달라고 꽃에게 빌고 있는 듯 했다.
단편 10개를 다 올리려고 했는데요..^^;;;
그 중 '어두운 거울 속에'는 누군가가 이미 단편으로 올리셨던 것 같아요^^ 읽어보
니까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또한 다 읽어보니까.. 추리소설이 아닌듯한 것들도 있고... 그래서 몇 편만 골라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잘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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