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되는 주식 용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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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용어모음과 설명 * 가격역지정 주문 (stop order) 투기성 투자를 즐기는 투자자가 시세가 매매위탁 당시의 시세보다 상승하여 자기의 지정가격을 넘어설 때는 지체 없이 해당 주식을 매도할 것을 위탁하는 것 . 역지정가주문이라고도 한다 . 역지정가주문은 투자자의 시세관에 따라 어느 종목의 주가가 어느 일정한 가격 주문을 넘어서면 폭등할 것으로 믿거나 일정 가격 수준 이하로 내려서면 폭락할 것으로 예상되었을 때 그 큰 장세에 의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이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 그러나 이것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공정가격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증시에서는 법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 * 가격우선의 원칙 (priority of best quotation principle) 증권시장의 경쟁매매에 있어 호가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서 파는 경우는 낮은 가격을 , 사는 경우는 높은 가격을 우선한다는 말이다 . 시간우선의 원칙 , 수량우선의 원칙과 함께 쓰인다 . * 가수급 주식을 사려는 자금이나 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자금이나 주식을 빌려 사고 파는 이른바 공매를 말한다 . 이는 신용거래를 통하여 적절히 도입되면 매매량과 환금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가의 안정에도 크게 도움을 주지만 가수급이 과다하면 과당 투기를 유발할 부정적인 측면을 역시 가지고 있다 . * 가장매매 (wash sale) 실제로 주식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서도 주가를 조작하거나 투자자 자신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하는 매매 거래 . 이는 일반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하여 매매거래가 활황인듯이 보이게 조작하는 시세조종으로서 사고 파는 행위를 혼자 했을 경우 가장매매 ,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다른 경우를 통정매매라 한다 . 법으로 금지됨 . * 간사회사 (manager) 유가증권의 발행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유가증권의 인수와 모집 , 그리고 매출주선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회사로서 증권회사 , 은행 , 단자회사 , 종합금융등이 있다 . 발행되는 유가증권은 전량 혹은 일...

빈사의 탐정 dying detective

셜록홈즈의 위기(빈사의 탐정)



 

셜록홈즈가 묵고 있는 하숙집 여주인 허드슨 부인이 홈즈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2층의 그의 방에는 느닷없이 별의별 사람들이 다 찾아올 뿐만 아니라 홈즈 자신의 생활방식이 남다르고도 불규칙적이어서 허드슨 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데 충분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정리정돈과는 담을 쌓아 올린데다가 한밤중에 바이올린 연주에 열중하는가 하면 때로는 방안에서 권총 연습을 한답시고 부인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화학실험을 해서 고약한 내매를 집안에 풍기기도 하는 것이다. 더구나 홈즈의 주변에는 폭력과 위험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라 런던 시내에서 홈즈만큼 지독한 하숙인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하숙비는 후한 편이다. 내가 함께 지낸 몇 해 동안 홈즈가 지불한 금액만으로도 그만한 집은 사고도 남을 만했다.

한편 허드슨 부은은 마음속으로 홈즈를 존경하고 있어서 홈즈가 아무리 기상 천외한 짓을 해도 결코 잔소리를 늘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또한 홈즈에게 각별한 호의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홈즈가 여성을 대하는 품이 각별히 상냥하고 예의바르기 때문이다. 홈즈는 본디부터 여자를 멀리하고 믿지 않는 성격이나 늘 기사답게 행동했던 것이다.

내가 결혼해서 홈즈와 떨어져 살게 된 지 얼마 안되어 바로 그 허드슨 부인이 나를 찾아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호소했다.

 

"홈즈 씨가 대단히 위독하시답니다. 와트슨 박사님. 요즘 사흘 동안 계속 몸이 허약해져서 이젠 하루를 넘기기도 어려울 지경에 와 있어요. 그러면서도 결코 의사를 부르게 하지를 않아요. 오늘 아침에도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온 얼굴에 눈만 번쩍이고 있는 모습이 안 쓰러워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가 있어야지요.

 

'홈즈씨 당신의 허락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의사를 모시러 가겠습니다'

하고 내가 말했더니,

 

'그렇다면 와트슨 박사나 불러 주시지요'

하고 허락을 내렸습니다. 지금 곧 가 보시지 않으면 임종도 지켜볼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홈즈가 그렇게 아프다는 것은 예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서둘러 외투와 모자를 집어 들고

부인과 함께 마차를 집어탔다. 마차속에서 나는 허드슨 부인에게 좀더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았으나 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통 아는 것이 없어요. 강기슭 뒷골목인 로저 하이즈에서 어떤 사건을 조사했는데 그곳에서 병을 얻어 왔다는 거예요. 수요일 오후 자리에 누운뒤로 머리를 들 기운도 없는 것 같아요. 사흘 동안을 물 한 모금도 마시지도 못하고...."

 

"그거 보통이 아니군! 왜 진작을 의사를 부르지 않았나요?"

 

"허락을 해줘야 말이지요. 아시다시피 고집이 황소가 아닙니까. 하여간 가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과연 눈 뜨고는 못 볼 상태였다. 안개가 짙은 11월의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살이 빠져 눈만 퀭한 홈즈의 얼굴이 침대에서 비스듬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열이 심한 탓인지 눈에 핏발이 서고 양볼은 지나친 열 때문에 불그레했고 입술은 휘게 일어나 잇었다. 이불 위로 나온 앙상한 손을 쉴새없이 일어나 있었다. 이불위로 나온 앙상한 손은 쉴새없이 떨리고 목소리는 쉰 것처럼 잠겨있었다.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 홈즈는 축 늘어져 잠들어 있었으나 이쪽을 보고 눈에 감도 것은 나를 알아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와트슨 나도 이젠 볼장을 다 본 것 같네."

 

모기 소리만큼이나 약한 말소리였지만 평소의 장난기가 엿보이는 푸념이었다. 나는 홈즈에게 가까이 가며 외쳤다.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러자 그는 갑자기 명령투의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면 안돼! 더 이상 가까이 올 생각이라면 이 방에서 나가 주게."

 

"그건 왠가?"

 

"곁에 오는 것이 싫어서야.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허드슨 부인의 말대로 홈즈는 열에 들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홈즈의 초췌한 모습을 보는 것이 애처로웠기에 나는 달래듯 말했다.

 

"힘이 되어 주고 싶었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주면 그것이 힘이 되어 주는 것일세."

 

"알았네, 홈즈."

 

홈즈는 딱딱한 표정을 풀고 숨을 몰아쉬면서 물었다.

 

"기분이 상했나?"

 

불쌍하게도 이런 모습으로 누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어떻게 기분이 상할 수가 있단 말인가. 홈즈가 묘하게 침통한 소리로 말했다.

 

"이러는 것도 모두가 자네를 생각해서라네, 와트슨."

 

"나를 위해서라니?"

 

"나는 내 병이 어던 것인지를 알고 있어. 수마트라의 풍토병인 쿠리 병이라네. 이 병에 대해서는 별로 연구된 것은 없으나, 하나만은 확실한 것이 있네. 일단 걸리면 반드시 죽고, 또 무서운 전염력을 갖고 있지."

 

홈즈는 열에 들든 소리로 이야기하며, 자기의 긴 손을 흔들어 자꾸 좀더 떨어져 있으라는 시늉을 했다.

 

"몸을 접촉시키면 전염당해, 와트슨. 나를 만지지 말게. 떨어져 있으면 상관없으니까."

 

"여보게, 홈즈. 그런 일을 내가 두려워할 줄 아는가. 그런 것쯤 내가 겁내고도 친구로서의 의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다시 한 발자국 내디뎠을 때, 홈즈는 험악한 얼굴로 매섭게 말했다.

 

"자네가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는다면 이야기 라도 나누겠네만, 그렇지 않다면 이 방에서 나가줘야겠어."

 

나는 홈즈의 괴팍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늘 홈즈이 어떤 부탁이라도 그것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의사의 입장으로서도 홈즈를 내팽개쳐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홈즈, 자네는 지금 보통 몸이 아니야. 그리고 환자는 어린아이처럼 보채기 마련이지. 그러니 자네가 보채든 말든 자네를 진찰하고,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네."

 

홈즈는 화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꼭 진찰을 받아야 할 일이라면, 믿을 수 있는 의사를 보내 주게."

 

"그렇다면 나는 믿을 수 없다는 건가, 홈즈?"

 

'자네의 우정이야 믿을 수 있지. 하지만 우정과 의술은 별개의 것이지. 결론을 말하자면, 자네는 개업한 지 얼마 안되는 경험이 부족한 신출내기가 아닌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내 입장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일세."

 

나는 몹시 감정이 상했다.

 

"자네의 인격에 어울리지도 않는 소리군, 홈즈. 그런 면을 봐서라도 자네의 정신 상태가 병 때문에 흐려져 있다는 것을 알수 있네. 하여간, 자네가 나를 의사로서 신뢰할 수 없다면 강요는 하지 않겠네. 나 대신 런던에서 일류로 치는 의사를 부르기로 하세. 누가 손을 써도 써야 하니까. 나는 여기에 서서 자네가 죽어 가는 것을 볼 수는 없네."

 

홈즈는 흐느껴 우는 소리인지, 신음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호의를 모르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자네가 동야의 질병에 관해서 경험이 없으니 어쩌겠나. 터퍼눌리 열병이 뭔지를 아는가? 대만의 흑부패병이라는 것을 겪어 보았는가?"

 

"잘 모르겠는걸."

 

"동양에는 여러 가지 기묘한 병이 있다네, 와트슨."

 

그는 한마디 말을 하고 나서는 쉬엄쉬엄하면서 쇠약해지는 힘들 짜내듯 말했다.

 

"나는 최근 범죄 의학은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았네. 이 병에 걸린 것도 그런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였지. 이 병은 치료할 방법이 막연하다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열대병에 관해서는 세계족인 권위자로 알려진 에인스트리 박사가 런던에 체류중일세. 제발 반대하지 말게, 홈즈. 내가 가서 모시고 오겠네."

 

나는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숨이 턱에 닿은 환자가 침대를 박차고 문 쪽으로 달려가더니 찰칵 자물쇠를 채우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쓰러지는 것이었다.

 

"강제로 열쇠를 빼앗으려 하니즌 않겠지, 와트슨? 이제 이 방에 갇힌 꼴이 되었네. 내가 나가도 좋다고 말할 때까지는 이 방에 있도록 하게. 속을 썩이지 않을 테니까. 자네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으니까, 내가 기운을 차릴 때 까지 여유를 주게. 하지만, 지금은 안돼, 와트슨. 지금이 4시니까 6시가 되면 마음대로 하게."

 

"그건 정신 나간 소리야, 홈즈."

 

"불과 두 시간 말일세. 6시에 가도 좋다고 약속하겠네. 기다려 주겠나?"

'별수없겠구먼."

 

"고맙네, 와트슨 . 이부자리는 내가 손보겠으니 제발 가까이 오지 말게. 그런데 와트슨. 또 하나의 조건이 있네. 자네가 데리고 올 사람은 그 열대병 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지명하는 사람이어야 하네."

 

"그러지, 그 사람이 누군가?"

 

"이따가 말해 주지. 이제야 서로간에 타협이 된것 같군. 나는 피곤하니 좀 쉬어야겠어. 6시가 되면 다시 이야기하세. 저기 잡지가 있으니, 그거나 읽고 기다리게."

 

나는 잠시 선 채로 침대 위의 홈즈를 바라보았다. 얼굴 위에까지 담요를 뒤집어쓴 그는 곧 잠들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잡지를 뒤적거릴 생각도 나지 않았기에, 방안을 서성거리며 벽에 즐비하게 붙은 유명한 범죄인들의 사진을 새삼스럽게 눈여겨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에 발길이 벽난로 앞에서 멎었다.

벽난로의 장식대 위에는 담배주머니, 주사기, 편지 봉투를 뜯는 칼, 권총 등 잡동사니가 즐비했다. 그 중에 상아를 다듬어 정교하게 만든 작은 상자가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집어 가까이 보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홈즈가 길가에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갑작스런 것이었는지 정신이 다 아찔할 정도였다. 휙 뒤돌아보니 홈즈의 이글거리는 눈이 겁에 질린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상자를 손에 든채 어안이벙벙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상자를 내려놔! 어서 상자를 내려놓으라니까!"

 

내가 상자를 제자리에 놓자, 비로소 그는 안도의 숨을 몰아 쉬었다.

 

"나는 내 물건에 누가 손대는 것은 질색이야. 자네도 내 성미 잘 알고 있잖은가. 자네의 그 경솔한 행동은 참을 수 없네. 명색이 의사라는 자네가 환자를 화나게 만드는군. 가만히 앉아있게. 그리고 나를 마음 편히 누워 있게 좀 해주게."

 

나는 이 일로 불쾌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어쨋거나 홈즈가 까닭도 없이 흥분하고, 평상시의 그 온화한 말씨와는 동떨어진 난폭한 말을 마구 내뱉는 것으로 보아, 마음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석한 머리가 궤도를 벗어나는 것만큼 처참한 것도 드물다.

나는 정해진 시간까지 묵묵히 앉아 우울한 생각에 잠겼다. 홈즈도 은밀히 시계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까닭인즉, 6시가 되자마자 앞서와 마찬가지로 열에 들뜬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기 대문이다.

 

"그런데, 와트슨, 주머니 속에 잔돈이 있나?"

 

"있네."

 

"은화는?"

 

"쓸 만큼은 갖고 있지."

 

"반 크라운 화페도 몇개 있나?"

 

"으음....다섯 개."

 

", 너무 적을걸! 정말 운이 나쁜데, 와트슨. 하지만 적은 대로 그것을 시계 주머니에 넣을 만큼 채우게. 그리고 돌아갈 때는 그것을 모두 왼쪽 바지 주머니에 옮기도록 하게. 그래야 자네의 균형이 잘 맞을 걸세."

 

열이 심해서 헛소리를 하는 것일까? 홈즈는 몸을 떨며, 다시금 기침 소리인지 흐느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소리를 냈다.

 

"가스불을 켜 주겠나, 와트슨. 조심해서 밝기가 반 정도가 되도록 불꽃을 조절해 주게. 됐어, 고맙네. 아니, 창에 커튼은 칠 필요가 없어. 이번에는 테이블 위의 편지와 서류를 내 손이 닿는 곳으로 밀어놔 주게.

그리고 벽난로 위에서 잡동사니를 옮겨주게. 거기에 집게가 있으니 그걸로 아까의 상자를 집어, 이 서류 한복판에 놓아 주게. 됐네, 이제 로워 파크가 13번지의 캘버턴 스미스 씨를 불러다 주면 되겠어."

 

실은 나는 의사를 불러 올 생각이 가시고 말았다. 이제 홈즈의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그를 혼자 남겨 두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위험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런 이름의 의사는 처음 들어 보겠는걸."

 

"들어 본 일이 없을 거야, 와트슨. 캘버턴 스미스 씨는 이 세상에서 나의 병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으나, 의사가 아니라 농장 주인이지. 스미스 씨는 수마트라에선 유명한 사람인데, 지금 런던에 와 있네. 의사의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밀림 속의 농장에서 이 병이 발생한 일이 있어, 스미스 씨는 스스로 그것을 연구하여 큰 성과를 거둔 바 있거든. 그는 아주 꼼꼼한 사람이야. 내가 자네를 6시이전에 보내봤자 그가 집에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네. 자네가 스미스씨를 설득 해서 이리로 데리고 와. 그가 이 병의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나는 살아날 가망이 있는 것이라고."

 

홈즈는 쉬엄쉬엄 이야기 하며, 때로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기도 하고, 때로는 괴로운 듯이 양손에 힘을 주기도 했다. 홈즈의 상태는 좀더 악화된 것 같았다. 불그레한 반점이 보다 선명해졌고, 움푹 패인 눈에는 핏발이 두드러졌으며, 이마는 식은땀이 흘러 번들거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력을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

 

"스미스 씨에게는 내 상태를 본 대로 이야기하게. 빈사 상태여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는 말도 빠뜨리지 마고. 아아, 정말 머리가 돌 것 같군. 내가 하는 말을 나도 모르겠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더라, 와트슨?"

 

"캘버턴 스미스에게 가서 본 대로 증상을 말하라고 했잖은가."

 

"그랬나? 생각이 나는군. 나의 생사에 관계되는 중대한 일일세, 스미스 씨를 잘 석득하라고, 나는 그 양반과 좀 꺼림칙한 관계에 있어. 나는 그가 자기의 조카로 하여금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게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그 사실을 추궁한 일이 있거든. 그래서 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네. 그러니 잘 구슬러서 꼭 데리고 와 주게. 내 목숨을 건져 줄 사람은 오직 그 사람뿐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 주게."

 

"일이 어려우면 납치라도 해 오겠네."

 

"그래서는 안돼! 설득을 해야 해. 그리고 자네는 그 사람보다 한 걸음 먼저 이방으로 돌아와 주어야 해. 적당한 구실을 붙여, 함께 오지 말고 먼저 와야만 하네. 나를 실망시키지 말게. 자네는 결코 나를 실망시킨 일이 없었지만."

 

나는 이 굉장한 지능의 소유자가, 마치 철부지 소년처럼 횡성수설하는 것을 슬프게 생각하며 방을 나서야 했다. 홈즈가 열쇠를 건네주었기에 됐다 싶어 얼른 문을 열고는 열쇠를 돌려주지 않았다. 언제 또 마음이 바뀌어 문을 잠글지 몰랐지 때문이다.

복도로 나가니 허드슨 부인이 몸을 떨며 울상이 되어 서 있었다. 막 방문을 닫으려 했을 때,홈즈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했다. 휘파람을 불며 마차를 부르고 있노라니, 안개 속에서 한 사나이가 말을 걸었다.

 

" 홈즈 씨의 상태는 어떻던가요?"

 

그는 안면이 있는 경치청의 모턴 경감이었다. 오늘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내가 대답했다.

 

"중태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감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씩 웃으며, 얼른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정말이군요."

 

그때 마차가 와 섰기에 나는 불쾌한 마음으로 경감과 헤어졌다.

로워 파크 가는 노팅 힐과 켄싱턴과의 경계에 이는 고급 주택지였다. 마부가 말을 세운 집은 고풍스러운 철책으로 둘러싸인, 무게가 있는 저택이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유별나게 근엄한 얼굴의 집사가 나왔다.

 

", 캘버턴 스미스 씨는 안에 계십니다. 와트슨 박사라고 하셨던가요? 죄송하지만 명함을 한 장 주십시오."

 

스미스 씨는 나의 보잘것없는 직함이나 이름으로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반쯤 열린 현관문 밖으로 그의 높은 음성이 들렸다.

 

"이게 대체 누구야? 연구중에는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나, 스티블스."

 

집사가 뭐라고 변명을 하는 것 같더니, 다시 스미스 씨의 음성이 들렸다.

 

"만날 수 없다니까, 스티블스. 집에 없다고 말하고 꼭 만나고 싶거든 내일 오전중에 오라고 해."

 

나는 홈즈가 침대에서 고통을 참으며, 이 사나이를 데리고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했다. 지금은 예의를 갖출 때가 아니었다. 홈즈의 생사는 나의 행동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집사가 되돌아와서 송구스러운 듯 말문을 열려고 했을 때, 나는 그를 밀어젖히다시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를 벌컥 내며 책상 뒤의 의자에서 한 사나이가 일어났다. 기름기가 번지르한 누렇고 큰 얼굴에, 털이 긴 모랫빛 눈썹 밑에서 부리부리한 회색 눈이 나를 노려보았다. 뾰족한 대머리에는 작은 빌로드 모자가 옆으로 붙어 있었다.

머리는 유난히 큰데, 문득 아래쪽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몸집이 작고 등이 구부정했기 때문이다. 어릴적에 곱사병에 걸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이 사람이 캘버턴 스미스일 것이다. 스미스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무슨 까닭으로 허락도 없이 마구 들어옵니까? 내일 오전이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내일까지 미룰 수 없는 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실은 셜록홈즈가"

 

홈즈의 이름을 입 밖에 낸 순가, 스미스의 태도가 돌변했다,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지고, 긴장되고 날카로운 눈을 번득였다.

 

"당신은 홈즈 씨의 집에서 오는 길입니까?"

 

", 방금 그의 방에서 이리로 오는 길입니다."

 

"홈즈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오늘밤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중태입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겁니다."

 

스미스는 눈짓으로 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자신도 맞은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스미스의 얼굴이 벽난로의 곁의 거울에 비쳤는데, 잠시였으나 어떤 미소 같은 것이 스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 마주 앉았을 때는 이미 아까의 그 고집스러운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그거 안됐군요. 홈즈 씨라면 우연한 일로 인사를 나눈 일이 있을 뿐입니다만, 그분의 재능과 인격은 존중할 만했습니다. 나는 아마추어 의학자인데, 그 분은 아마추어 범죄학자더군요. 그분은 상대가 범죄인이지만, 내 상대는 세균인 셈이지요.

저기에 있는 것들이 내가 세균을 가두어 두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스미스씨는 벽 쪽 선반에 늘어선 병과 단지를 가리키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젤라틴 배양균 속에는 세상에서도 가장 흉악한 범인이 형기를 치르고 있는 셈이지요."

 

"홈즈가 당신을 뵙고자 하는 것은 당신의 그런 전문 지식 때문입니다. 홈즈는 당신의 그런 연구를 잘 알고 있어서, 런던에서 자기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스미스가 깜짝놀라 머리를 치켜 세유는 바람에 빌로드 모자가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왜죠? 어째서 홈즈씨는 나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당신이 동양의 특유한 질병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홈즈 씨는 자기의 병이 동양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요?"

 

"범죄 수사 도중에 항구에서 중국인 선원과 섞인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스미스는 회심의 미소 비슷한 것을 띠며 모자를 집으며 일어섰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홈즈씨는 병에 걸린 지 얼마나 되는 것 같던가요?"

 

"3일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것 같았습니다."

 

", 상당히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런 위급한 이야기를 듣고도 가 보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습니다, 와트슨 씨, 나는 내 일을 방해받는 것 은 질색이지만, 지금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 어서 가 보기로 합시다."

 

나는 홈즈가 무슨 구실을 내세우더라도 한 걸음 먼저 돌아오라던 당부를 머리에 떠올렸다.

 

"나는 다른 곳에 들러야 하기 때문에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할수 없군요, 나 혼자 가겠습니다. 홈즈 씨의 주소는 알고 있으니까요, 아마 30분 뒤에 그곳에 도착하겠지요."

 

나는 곧장 베이커 가로 돌아가면서, 어떤 각오를 하고 있었다. 내가 떠난 뒤 십중 팔구 홈즈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방안에 들어가서는 일단 안심을 했다. 홈즈는 아직 건재해 있었던 것이다.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으나 정신은 말짱했다.

 

"어떻던가, 만나봤나, 와트슨?"

 

", 곧 올 걸세,"

 

"잘했네! 역시 자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군."

 

"함께 가자고 하더군."

 

"그래서는 큰일이지, 그랬다가는 도로아미타불이지.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어보던가?"

 

"중국인 선원 때문에 그런 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네."

 

"그걸로 됐네, 이제 자네는 퇴장할 차례일세."

 

"무슨 소리야! 나는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스미스 씨의 진단과 처방을 참고로 들어 보겠네."

 

"물론 그러고 싶겠지만, 스미스 씨는 나밖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아야 서슴없이 자기의 의견을 말 할것 같구먼. 이 침대 머리 쪽에는 사람하나가 들어가 있을 만한 공간이 있네. 그곳에 들어가 숨어 있어주게."

 

"그럴 수야...."

 

"제발 시키는 대로 해주게. 좀 답답하더라도 참고."

 

"할수 없군."

 

그때 홈즈가 그 초췌한 얼굴에 긴장감을 띠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마차 소리가 나네, 와트슨. 나를 위한다면 부디 인기척을 내지 말게. 가만히 귀만 기울이고 있어줘."

 

그렇게 말하고는 기운이 빠지는지 털썩 자리에 누워 버리고 말았다.

내가 침대 머리맡에 몸을 감추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침실의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잠시 동안은 두 사람 모두가 아무런 말이 없고, 들리는 것이라고는 환자의 괴로운 숨소리뿐이었다.

손님은 머리맡에 서서 환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침내 그 야릇한 고요가 깨지고 스미스의 말소리가 들렸다.

 

"홈즈! 홈즈! 내 소리가 들리는가, 홈즈?"

 

침대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스미스가 홈즈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홈즈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스미스 씨, 당신이었군요. 와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올 생각은 없었지. 그러나 이렇게 찾아왔어. 원한을 은혜로 갚는거다, 홈즈."

 

"친절에 감사합니다. 훌륭한 마음씨입니다. 나는 당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존경합니다."

 

홈즈의 말에 스미스가 낄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런던에서 내 지식을 알아주는 사람은 당신뿐인것 같군. 그래 무슨 병인지 알고 있나?'

 

"그 병입니다."

 

", 그 병의 증상이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당신이 그 병에 걸렸다고 해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아, 홈즈. 만일 그렇다고 하면 당신의 목숨이 위태롭기는 하지만. 내 조카 빅터는 불쌍하게도 나흘 만에 죽더군. 싱싱한 젊은 녀석이 말이야. 런던시내 한복판에서 그애가 하필이면 그 동양의 병에 걸리다니, 당신의 말마따나 분명히 불가사의한 일이었지. 더구나 그 병이 내가 연구하고 있는 질병이라는 점에서, 우연의 일치치고는 내가 의심을 받을 만도 하지. 그것을 냄새맡았다니, 홈즈 당신도 보통이 아니군."

 

"당신의 범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를 댈 수는 없을 걸. 어쨋거나, 전에는 나를 궁지로 몰아넣고, 이번에는 자기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서 내게 살려달라고 하는 건 우습지 않나, ?"

 

홈즈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물을!"

 

"당신은 곧 저세상으로 갈 몸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때까지는 살아 있어 줘야겠어. 그래서 이렇게 물을 주지. 내 말이 들리나, 홈즈?"

 

홈즈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가능한 한 치료를 부탁합니다. 과거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나는 그 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겠습니다. 나를 고쳐 주기만 하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겠소."

 

"뭘 잊어버리겠다는 거지?"

 

"당신의 조카 빅터의 의문의 죽음 말이오. 당신은 방금 당신이 그 청년을 죽인 것을 인정하는 투로 말했잖소. 나는 그 진상을 모르는 체하겠습니다."

 

"잊어버리든 기억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재판소의 증신석에서 당신과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까. 내 조카 녀석이 왜 죽었는가를 당신이 안다고 해도, 이제 나는 겁날 것이 없지."

 

"......."

 

"나를 부르러 온 당신의 친구 이야기로는, 그 병을 중국인 선원한테서 옮아 왔다던데?"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머리가 좋은 것을 자랑삼고 있고. 빈틈이 없는 사나이라고 자만하고 살아 왔겠지, 홈즈? 그러나 이번에는 더욱 빈틈없는 임자를 만났다는 것을 알아야겠구만. , 생각해보라고, 홈즈. 달리 이 병에 걸릴 만한 원인은 없었던가?"

 

"모릅니다. 이제 무엇을 생각해 낼 기운이 없어요. 부탁이니, 제발 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좋아, 살려주지. 살려 주고말고. 병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되었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당신이 죽기 전에 그것을 알게 해주고 싶은 거다."

 

"이 고통을 덜게 할수 있는 약을 주시오."

 

"고통스러운가? 하기야 중국인 선원들도 죽어 가며 비명을 지렀지. 가끔 경련이 일어날 텐데?"

 

"맞습니다."

 

"하지만, 내 말을 아직 들을 수 있어 다행이군. 잘 생각해보라고 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때, 뭔가 색다른 일이 없었던가?"

 

"아니, 별로....."

 

"곰곰히 생각해 봐."

 

"그래? 그럼 내가 말해주지. 우편물이 도착하지 않았나?"

 

"우편물?"

 

"상자 같은 것 말이야."

 

"안돼! 생각이 가물거려....."

 

"정신 차려, 홈즈."

 

스미스가 빈사 상태의 홈즈를 마구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싫어도 들어야만 해. 상자를 기억 못하나? 상아로 만든 작은 상자를? 수요일에 배달되었을 텐데, 그것을 열어 보았지? 거억나나?"

 

"그래, 열어보았소. 안에는 강한 용수철이 장치 되어있었지.....누가......그런 장난을........"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것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 만도 할 텐데. 바보 같으니, 스스로 함정에 빠진거라고, 당신은 누구의 부탁을 받고 내 일을 방해하려 했겠지. 내게 손을 뻗지만 않았어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홈즈가 숨가쁜 소리로 말했다.

 

"생각이 난다! 그 용수철........피가 났지.....그 상자........저기 테이블 위에 있는 상자요........."

 

"이것이 틀림없군. 여기에 놔두는 것보다 내 주머니에 넣어 두는 것이 좋겠는걸. 그래야 증거가 완전히 없어지거든. , 이제 진상을 짐작했겠지, 홈즈? 나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죽어 가게. 빅터가 왜 죽었는 가를 꿰 뚫어보았기에, 그 방식대로 죽게 해주는 거라고, 이제 죽을 때가 된 것 같으니, 네가 죽는 꼴을 앉아서 구경하기 하지."

 

홈즈가 뭐라고 말했으나 모기 소리 같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 가스불의 심지를 돋구어 달라고? , 눈앞이 캄캄해지는 모양이군. 좋아 밝게 해주지, 그래야 네 얼굴도 잘 보일테고."

 

스미스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고, 방안이 곧 환해졌다.

 

"다른 부탁은 없나?"

 

홈즈의 말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기운찬 목소리였다.

 

"성냥과 담배를 부탁하오."

 

나는 놀라움과 기쁨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홈즈가 평상시의 말투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어딘지 허약한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틀림없이 평상시의 귀에 익을 목소리였다.

스미스가 오랬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갑자기 변한 홈즈를 보고 어안이벙벙해져 있는거이 틀립없었다. 마침내 스미스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홈즈가 말했다.

 

"연기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나는 3일동안이나 먹을것도 못먹고 마실 것도 거절했지. 당신이 아까 따라 준 컵의 물이 처음이었어, 하지만 가장 참기 어려웠던 건 담배였지. , 한대 피워볼까."

 

성냥을 긋는 소리가 났다.

 

", 이제 살것 같군. 어라,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나는걸."

 

발소리가 급히 다가오더니, 문이 열리며 모턴 경감이 나타났다. 홈즈가 말했다.

 

"만사 잘되었소. 이 사람이 범인이오."

 

경감이 스미스에게 말했다.

 

"빅타 새비지 살해 혐의로 체포하겠소."

 

홈즈가 웃으며 말했다.

 

"거기에 셜록홈즈 살해 미수죄도 추가해야지. 스미스 씨는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고 가스불을 밝게 했는데, 그것이 경감에게 보내는 신호였지.

, 이 범인의 주머니 속에는 증거가 될 상자가 들어있소. 그걸 압수하도록 하시오. 조심해야 합니다."

 

그때 갑자기 도망가는 소리가 나고, 우당탕 격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스미스가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허둥거리면 더 아플 뿐이지. 가만히 있지 못하겠나!"

 

경감이 말하며, 찰칵 수갑을 채우는 소리가 들렸다.

스미스가 악을 썼다.

 

"용케도 걸려들게 했군, 홈즈. 이런 짓을 꾸미다니 양심의 가책을 받을 자는 내가 아니고 네놈이 라는 것을 알아라. 너는 이곳에 와서 병을 고쳐 달라고 했고, 나는 불쌍하게 생각하고서

이곳에 왔다. 너는 나를 죄에 몰아넣기 위해 연극을 꾸몄지만, 너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증인이 없으니, 나는 너를 무고죄로 고발할테다."

 

홈즈가 어리벙벙한 소리로 외쳤다.

 

"이런 실수가 있나! 증인을 감춰 둔 것을 깜빡 잊었군. 와트슨, 나와주게. 수고가 많았어. 캘버턴 스미스 씨를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초저녁에 만났던 사이니까. 모턴경감, 밖에 마차를 준비해두었소? 옷을 갈아입고 곧 내려가리다. 경찰에선 내 설명이 필요할 테니까."

 

홈즈는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포도주를 마시고 비스킷을 먹으며 나에게 물었다.

 

"이렇게 무얼 먹고 싶어하기는 처음일세.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평상시의 생활이 불규칙적이어서, 단식을 해도 보통 사람보다는 덜 고통스러운 편이지. 어쨋든, 허드슨 부인에게는 애가 중병에 걸렸다고 믿게 할 필요가 있었네. 그래야 부인이 자네한테 가고, 자네도 그렇게 믿어야 그 사나이를 데려오게 할 수가 있거든. 속임수를 쓴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자네에게는 여러가지 재능이 있지만, 알고도 모르는 체 시치미를 뗄 줄은 모르거든. 자네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면, 스미스에게 내 병이 진짜라고 믿게 하기는 어려웠을걸세. 그것이 이 계획의 핵심이었다네. 나는 그 사나이가 집념이 남달리 강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틀림없이 자기 음모의 성과를 보러 올 것으로 믿었네."

 

"하지만, 자네는 진짜 중환자처럼 창백한 얼굴이었는데?"

 

"3일간이나 먹지않고 마시지 않으면, 누구나 얼굴이 반쪽이 되기 마련이지. 그 밖에 약간의 재주를 좀 부렸다네. 이마에는 바셀린을 바르고, 눈 에는 약을 넣어 핏발을 서게 하고, 볼에는 붉게 화장을 했고, 입술에는 초를 얇게 깎아 붙였지, 그 효과는 틀림없어서, 누가봐도 열에 들뜬 중환자로 보아 주었던 것일세. 나는 꾀병에 관한 논문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는걸. 그리고 미친 체 헛소리를 헤대면 열로 머리가 이상해진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

 

"그런데 정말로 전염되지도 않을 병인데 왜 나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나?"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나, 와트슨. 내가 의사로서의 자네의 능력을 정말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자네의 그 예리한 진찰을 받으면, 아무리 엄살을 떨어도 맥박도 정상이고 열도 없는데 자네가 나를 죽어가는 사람으로 보아 주기나 하겠는가?

하지만, 4m 가량 떨어져 있으면 속일수가 있지. 와트슨, 자네를 속이지 못하면 누가 스미스를 이리로 데려오겠나? 그리고 와트슨, 그 상자 말일세. 그 상자는 여는 순간에 독사의 이빨같은 날카로운 용수철이 튕겨져 나오게 장치되어 있는 것이었네. 빅터 청년은 그 악한과 상속권을 놓고 다투다가 살해된 것인데, 그 사람 역시 상자를 열어본 것이 화근이 되었을것 같네. 나에게 오는 우편물은 별의 별 것이 다 있어서, 나는 소포가 오면 늘 경계부터하지. 그래서 조심조밋 원격 조정으로 상자를 열어보고서 스미스의 계획을 알고는 그의 계락에 말려든 것 처럼 가장함으로써, 그의 입을 통해 마음놓고 진상을 자백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라네.

, 와트슨, 저기 있는 윗도리를 입혀 주지 않겠나. 경찰에서 일을 끝내고, 어디 식당에 들러 영양분 있는 것을 왕창 먹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서 나가세. 모턴 경감과 스미스가 우리를 기다리겠는걸."

 

-the end- 

애드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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